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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 이윤, 그리고 사모펀드 – 트로이의 목마와 규제의 미래

06.01.16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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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janhorse_02015년 11월 10일 IUF 웹 게시

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그리스 군이 10년 동안 포위했음에도 정복하지 못했던 트로이 시를 거대한 목마 속에 병사들을 숨겨 두는 방식으로 함락시키는 ‘트로이의 목마’ 이야기가 등장한다. 트로이 사람들은 방심한 나머지 목마를 선물이라 여겨 도시 안으로 들여오고, 순식간에 밖으로 쏟아져 나온 그리스 병사들이 도시를 약탈하고 주민들을 살해해 트로이 시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룩셈부르크에 위치한 유럽사법재판소는 ‘Apax’와 ‘TPG’라는 두 거대 사모펀드가 그리스의 한 휴대전화 회사를 상대로 부정이득을 취한 혐의와 관련해 이들의 행위가 사기수단으로서 금융판 트로이의 목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곧 결정하게 된다.

해당 결정은 아마도 내년(2016년) 미국 법원에서 진행될 두 사모펀드가 제기한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잇따른 ‘구제금융’으로 고혈을 빨려온 그리스 경제 주변을 독수리처럼 빙빙 맴돌고 있는 약탈적 금융 자본들이 초래할 결과에 대한 경고음으로도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모 투자자들에 의한 ‘자산 수탈’을 보호해주는 유럽연합의 ‘대안적 투자기금 운용자 지침(Alternative Investment Fund Manager Directive, AIMF Directive)’을 또 하나의 잠재적인 기업 담보 차입 매수 거품이라는 상황에 비추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05년 Apax와 TPG라는 두 거대 사모펀드들은 당시 부채 비율이 낮은데다 이윤을 내고 있었던 그리스의 휴대전화 회사 ‘팀 헬라스(TIM Hellas)’를 사들였는데, 당시 매입 대금의 80%는 빚을 내 충당한 자금이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헬라스를 또 다른 이동통신 사업체와 묶어 룩셈부르크에 소재를 둔 ‘윈드 헬라스(WIND Hellas)’로 탈바꿈시켰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따르면, 요구에 따라 부채로 표기될 수도 있고 지분으로도 표기될 수 있는 ‘혼합식’ 구조의 “전환우선주증권(convertible preferred-equity certificates, CPECs)”이라는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신설 회사의 부채 부담은 1년 새 15배나 증가했다. 두 사모펀드는 대출을 통해 발행한 CPECs를 현금으로 교환해 자신들의 초기 지분투자 비용을 재빨리 회수한 다음, 이제 막대한 빚더미에 앉게 된 회사를 새로운 주인에게 팔아 치우려 했다. 그러나 구매자를 찾는 데 실패하자, 그들은 CPECs를 발행 당시보다 35배에 달하는 가치로 환산해 현금으로 회수해갔다. 이코노미스트 지는 두 사모펀드가 18개월 사이에 초기 지분 투자 금액의 20배가 넘는 돈을 가져갔다고 보도했다.

2007년 윈드 헬라스는 2005년 매입가보다 150% 가량 더 늘어난 34억 유로에 한 이집트 투자자에게 매각되었다. 2년 뒤 새 주인이 파산을 선언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소송을 제기한 채권자들은 두 사모펀드가 이른바 CPEC 사기를 통해 회사에서 9억7천4백만 유로를 빨아들였고, 두 사모펀드가 ‘트로이 프로젝트’라는 암호명을 붙인 해당 작전을 가리켜 “팀 헬라스와 ‘큐-텔레콤(Q-Telecom)’에 재무적으로 잠입해 들어간 다음, 지분 소유주들에게 막대한 배당금을 나눠주기 위해 부채를 늘림으로써 회사 자산을 내부에서부터 조직적으로 약탈할 목적으로 고안된 최첨단 트로이 목마 기법”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는 소송을 제기한 채권단 가운데 한 사람(‘SPQR 캐피털’의 베르트랑 드 팔리에르)의 말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유보금도 없는 회사에서 10억 달러를 빼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건 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약탈의 문을 열어주는 것과 다름없다.” 해당 사모펀드들은 어떠한 범법 행위도 없었다고 부인했고, 이제 법원의 결정만 남겨둔 상태다.

윈드 헬라스의 사례는 리먼 브러더스 사의 파산이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하기 직전, 기업 담보 차입 매수의 거품이 정점에 달해 있을 시점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모펀드들은 금융 붕괴 이래로 점점 다양화되어, 기업 인수를 넘어서 부동산과 금융 시장에서 그 활동 폭을 넓혀왔다. 많은 측면에서 볼 때, 이전의 기업인수 주체들은 새로운 금융 재벌로 떠올랐다. 그들은 세계에서 호텔 자산을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다. ‘사브 밀러’를 인수해 몸집을 훨씬 더 크게 불린 세계 최대의 주류 업체 ‘AB 인베브’를 소유하고 있는 건 다름아닌 브라질의 사모펀드 ‘3G’이다. 3G는 식품업체인 ‘하인즈’를 미화 28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와 한 팀을 이뤘고, 당시 거래는 엄청난 부채를 동원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 이후로 하인즈는 세계 각지에서 자사 노동력의 25퍼센트 이상을 정리 해고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헬라스에서 벌어진 금융 만행 혐의를 오로지 세금 측면에서만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또한 비상장 회사의 인수 혹은 사실상의 지배권 획득 이후 2년 간 사모펀드들이 Apax와 TPG가 윈드 헬라스에 저질렀던 것과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2011년의 대안적 투자기금 운용자 지침의 관점에서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지침이 너무나 많은 예외와 허점을 갖고 있어 효과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무려 1,700회의 수정을 거쳐 원래의 문구들이 완전히 제거돼 버렸다. 예를 들어, 인수된 회사가 유럽 경제 지역(Eupopean Economic Area) 내에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빚을 져서 주주들에게 나눠줄 배당금의 명칭을 바꿔 공식적인 규제들을 피할 수 있는 방법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터넷만 검색해도 사모펀드들이 그런 방법에 대해 올려놓은 조언들이 넘쳐난다.

기업인수 거래의 규모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감소해왔지만 일부 거래에서 레버리지 비율(기업의 부채의존도)은 2007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피인수 회사의 대차대조표 상에 새로운 부채를 급격히 늘림으로써 사모펀드 소유주들에게 현금을 퍼주는 데 활용되던 의심스러운 부채 수단들도 마찬가지로 부활하고 있다. 

2013년에 발효된 대안적 투자기금 운용자 지침은 2017년에 자동적으로 재검토되게 되어 있지만, (2008년 금융) 위기로도 촉발되지 못했던 북미에서의 논쟁과 유럽에서의 대중적 검토를 시작하는 데는 굳이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사모펀드를 둘러싼 현재의 논쟁은 사업 방식이 아닌 수수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채거품과 미심쩍은 금융 ‘상품들’의 고삐를 죄려는 미래의 노력들을 약화시킬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이나 캐나다-유럽경제무역협정(CETA), 다자간서비스무역협정(TISA) 같은 무역 협정들의 잠재적 영향(소책자 <무역협정,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참조)들을 고려할 때, (사모펀드들의 사업 방식 자체를 재검토하는) 이러한 작업은 훨씬 더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금융 약탈의 문은 지금도 활짝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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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소셜 유럽 웹사이트(http://www.socialeurope.eu/)에 게재되었습니다.